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감농사
- 흑림의 성탄
- 익모초
- 흑림
- 카셀
- 바질리쿰
- 꿀풀
- 흑림의 봄
- 뭄멜제
- 싸락눈
- 흑림의 코스모스
- 텃밭
- 힐데가드 폰 빙엔
- 루에슈타인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흑림의 여뀌
- 독일흑림
- Schwarzwald
- 코바늘뜨기
- 우중흑림
- 독일 흑림
- 잔설
- 흑림의 샘
- 뽕나무
- 헤세
- 바질소금
- 흑림의 겨울
- 프로이덴슈타트
- 독일 주말농장
- 마늘풀
- Today
- Total
목록책상서랍 (14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무인도 /이영광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 것 같을 때면 어디 섬으로 가고 싶다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결별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떻게 죄짓고 어떻게 벌받아야 하는지 힘없이 알 것 같을 때는 어디든 무인도로 가고 싶다 가서, 무인도의 밤 무인도의 감옥을, 그 망망대해를 수혈받고 싶다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견디고 안녕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그만 살아야 하는지 캄캄히 다 알아버린 것 같은 밤이면 반드시, 그 절해도에 가고 싶다 가서, 모든 기정사실들을 포기하고 한 백 년 징역 살고 싶다 돌이 되는 시간으로 절반을 살고 시간이 되는 돌로 절반을 살면, 다시는 여기 오지 말거라 머릿속 메모리 칩을 그 천국에 압수당하고 만기 출소해서 이 신기한 지옥으로, 처음 보는 곳으로 두리번두리번 또 건너오고..
반쯤 깨진 연탄 /안도현 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 나를 끝 닿는데까지 한번 밀어붙여 보고 싶은 것이다 타고 왔던 트럭에 실려 다시 돌아가면 연탄, 처음으로 붙여진 나의 이름도 으깨어져 나의 존재도 까마득히 뭉개질 터이니 죽어도 여기서 찬란한 끝장을 한번 보고 싶..
꽃 주위를 맴돌던 벌이 어떻게 꽃의 영역에 발을 내딛으며, 연인인 벌을 맞아서 나직이 떨던 꽃들은 또 얼마만에 꽃잎을 오므리는지를 보았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한 나절에 일어납니다. 7월은 꽃에게도 벌에게도 놓쳐서는 안 될 한때이지요. 시들을 빌어 오면서 쓰신 분들께 존경과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사진의 주인공은 올해 마당의 보레취꽃들과 그들의 연인 벌 한마리 깻잎 반찬 /김순진 깻잎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실에 꿴 깻잎뭉치처럼 뭉쳐 살고 싶다 서로 떨어져 국수 수제비를 먹고 살다가도 만나기만 하면 서로 따끈한 쌀밥 한 술 산다고 우기며 깻잎을 얹어주고 싶은 사람 아래 있는 깻잎 꼭지를 젓가락으로 잡아주고 싶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깻잎장아찌가 서로 붙어 잘 일어나지 않을 때 밑장을 지그시 눌러주..
5월은 서둘러 갔고 이제 막 6월에 와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6월에 닿은 게 아니라, 우리의 의지로 새달을 맞았으므로 당당합니다. 6월엔 수동적일 수가 없지요. 지구 북반구에 발 딛고 사는 생명을 가진 그 어떤 것도 잎을 내고 손을 흔들다가 문득 튼실한 가지 하나을 뻗습니다. 6월의 숲은 날마다 녹색으로 덧칠을 하는 듯 흑녹색이 됩니다. 이름하야 이곳이 흑림이지요. ...... 하필 이런 때에 저는 카프카의 이 떠오릅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극의 그 끝에 또 다른 극은 있다고나 할까요.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불편과 냉대를 부르고, 급기야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떠나게 됩니다. 수동의 극치이자, 문학의 잔혹성을 말 할 때 더 좋은 예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지요. 그야말로 변신입니다. 6..
피천득님은 오월을 "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하였습니다. 스물 한살이면 이제 막 물이 오른 청년이지요. 그 청년이 찬물로 금방 세수까지 하였는데 상상이 가십니까? 가물가물하거나 또는 그때의 얼굴이 쉽게 떠오르지 않으면 눈을 가늘게 뜨고 지금 바로 창밖을, 먼들 먼숲을 바라보십시오. 스물한살 청년처럼 만물이 지금 세수를 하고 있지요? 오월에도 행복하세요. 천둥 같은 꽃잎 /송재학 절마당의 산벚나무를 보러왔는데 이미 산벚나무 죄다 진 회두리판, 다만 법당에 매달린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연등 불빛이 꽃살문 틈새로 화살처럼 쏟아져나와 산벚나무 온전히 감싸니, 그 나무 뜻밖에 또 한 번 꽃 피우느라 분신焚身을 준비하는데 어찌해 천둥소리는 남보다 내 안에서 먼저 북채를 잡았을까 꽃들 박영..
4월엔 만만한 게 '꽃'입니다. 산책을 하다가 무심코 발 밑을 보면, 그 아래 풀꽃 여러 송이가 누웠다가 일어납니다. 특히 4월엔 그들을 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지요. 눈 돌리는 곳 어디에나 피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예요, 자세히 보면 웃고만 있던 그 꽃들도 일정 시기가 되면 그 만큼 집니다. 저는 이것을 '물리적인 이별'이라고 이름하였어요. 보기에는 헤어지는 듯 하지만 사실은 가짜로 떠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떨어진 꽃잎이 흙이 될 때면 그들은 다시 만나니까요. 꽃을 떠나 보내는 나무는 그래서 슬퍼하는 법이 없지 싶습니다, 고목일 경우는 더 무덤덤하지요. 지금은 이 곳의 주요 명절인 부활주간입니다. 종교와는 별개로 얼마간 수도자들의 일상을 모방하여 보았습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3월 초하루 시편지 몹시 춥습니다. 겨울이 막바지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영 후, 머리를 말린다고 말렸음에도 집에 오는 동안 어깨를 덮은 끝부분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열렸었지요. . 거울을 보며 한바탕 웃었답니다. 가고 나면 이 별스러움도 그리워질지 모르겠네요. 시편지를 띄웁니다. 행운의 3월을 맞으세요. .사진은 겨울 요정(흑림 뒷산 뭄멜제(Mummelsee))이 겨울을 나는 모습입니다. 동네 웹캠을 옮겨왔고요.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강송숙그저 잘 지내냐는 안부 문자에 대뜸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첫마디가 웃음이었고 두 번째는 침묵이었고 세 번째는 눈물이었습니다꽃이 피었다고 날씨가 좋다고 그래서 언제 한번 보자는 준비된 문자는 하나도 말하지 못하고 그녀의 침묵과 그녀의 울음소리만 오래 듣다가 전..
2월 초하루 시편지 2월, 겨울과 봄의 사이에서 후딱 지나는 달이지요. 이번 달 초하루 시편지는 이별이 주제입니다. 시가, 시인이 패배의 편에 서지 않으면 누가 과연 그 몫을 맡아 주겠나요. 시인이라서 외롭고, 시로써 아플 수 있는 문장들 모았습니다. 읽어주세요.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눈 속에 피어난 장미들을 봅니다. 정확히는 피어있는 장미 위에 눈이 내려 앉은 것이지요. 비록 동토에 꽃을 피우고 그 꽃 위에 시린 눈이 뒤덮였을지라도, 장미는 장미로서 피어 있습니다. . 2018년 정월 초하루입니다. 새롭게 열린 한 해, 눈 속에서 더 붉은 장미처럼 꽃 피우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씨앗 /함민복 씨앗 하나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포동포동 부끄럽다 씨앗 하나의 단호함 씨앗 한톨의 폭발성 씨앗은 작지만 씨앗의 씨앗인 희망은 커 아직 뜨거운 내 손바닥도 껍질로 받아주는 씨앗은 우주를 이해한 마음 한점 마음껏 키운 살 버려 우주가 다 살이 되는구나 저처럼 나의 씨앗이 죽음임 깨달으면 죽지 않겠구나 우주의 중심에도 설 수 있겠구나 씨앗을 먹고 살면서도 씨앗을 보지 못했었구나 씨앗 너는 마침표가 아니라..
눈 내리는 저녁입니다. 종일 내리고도 모자란지, 저녁으로 갈수록 눈발이 더욱 거세집니다. 이런 날은 털쉐타를 걸치고 자주 창가에 서 있게 되네요. 이제 12월을 맞음으로써 이 한해가 꽉 차게 됩니다. 행운의 연말을 보내십시오. 청어 /윤의섭 버스를 기다렸으나 겨울이 왔다 눈송이, 헤집어 놓은 생선살 같은 눈송이 아까부터 앉아 있던 연인은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저들은 계속 만나거나 곧 헤어질 것이다 몇몇은 버스를 포기한 채 눈 속으로 들어갔지만 밖으로 나온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노선표의 끝은 결국 출발지였다 저 지점이 가을인지 봄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눈구름 너머는 여전히 푸른 하늘이 펼쳐졌을 테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시간은 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끝내는 정류소라는 해안에 버스가 정박하리..